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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말한다, 지역은 하나의 패턴이 아니다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용어는 행정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군집으로 묶이지만, 실제로 그 내부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데이터는 이 사실을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2023년 기준 89개 인구감소지역은 공통적으로 인구 유출과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으나, 체류 인구, 유동 인구, 관광 소비, 지역 콘텐츠 운영 방식, 주변 연계성과 같은 항목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같은 인구 감소 지역이라도 어떤 곳은 ‘고정적인 여행 수요’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고, 또 다른 곳은 ‘일시적인 축제 수요’에만 의존한다.어떤 곳은 체험형 콘텐츠가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고, 또 어떤 곳은 단지 소비되고 잊히는 콘텐츠만 양산하고 있다.즉, 지역은 단일화된 위기의 공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책과 공공 프로젝트는 ‘.. 2025. 4. 24.
짧고 자주, 강하게 – 마이크로투어가 뜨는 이유 Prologue: 1박 2일보다 4시간짜리 여행을 택한 이유지난주 토요일, 나는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시골 마을로 다녀왔다.  아침 10시에 출발해서, 점심 먹고, 동네 서점 한 군데 들러 3시에 돌아왔다. ‘여행’이라고 하기에 너무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오랜만에 떠난 여행 같았다.  피곤하지 않고, 돈도 많이 들지 않고, 다음 날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여행.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투어’가 주는 만족감이었다. Part 1 마이크로투어란 무엇인가?마이크로투어(Micro Tour)는 짧은 시간, 짧은 거리, 짧은 콘텐츠로 구성된 소규모 여행을 의미한다.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이내의 일정이 대부분이며, 이동 거리도 1~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서울 → 파주 동네서점 투어부산 → 기장 반나.. 2025. 4. 24.
지역이 변하려면, 일보다 ‘관계’가 먼저여야 한다 – 커뮤니티 중심의 변화 모델  많은 지역 프로젝트가 변화를 목표로 시작된다.소멸 위기의 마을, 침체된 상권, 무너진 공동체.그 속에서 누군가는 창업을 하고,누군가는 문화행사를 기획하며,누군가는 브랜딩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종종 같은 결론에 이른다.“우리는 많은 일을 했지만,정작 지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일이 먼저였고, 관계는 뒤에 있었다. 지역 변화는 시스템 이전에 커뮤니티에서 시작된다사업을 만들고, 공간을 열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변화의 시작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유지 조건은 언제나 ‘사람’이다.마을의 오래된 습관을 꺼내줄 사람새로운 실험을 버텨줄 사람반복적인 실패를 끌어안고 다시 시도할 사람이 관계들이 없으면아무리 잘 만든 시스템도 .. 2025. 4. 24.
이동하는 사람들로 만들어지는 지역의 감정 지도 지역을 이해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정주’에 기반해 왔다.거주지가 어디인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지, 1년 이상 살고 있는지와 같은 기준은 정책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에서도 지역에 대한 소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그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한 곳에 오래 머물며 뿌리를 내리는 삶보다,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여러 감각을 흡수하는 삶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그리고 그 이동하는 사람들, 즉 비정주형 관계자들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흐름’이 이제는 새로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한 달 살기, 워케이션, 장기여행, 계절별 임시 이주와 같은 형태의 체류는 지역의 물리적 인프라만이 아니라 정서적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이동하는 사람들이 지역을 바라보는 방식, 그들이 경험하고.. 2025. 4. 23.
워케이션은 진짜 ‘관광’일까 – 일과 여행의 경계에서 Prologue: 해변에서 노트북을 켠다는 것의 현실인스타그램에선 바다를 배경으로 노트북을 켜고 있는 사진이 흔하다.  커피 한 잔, 선글라스, 그리고 #워케이션 중이라는 해시태그. 마치 휴식과 일이 완벽히 공존하는 순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와이파이는 끊기고, 마감은 다가오고, 집중은 안 된다.  과연 워케이션은 진짜 '여행'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일터일까? Part 1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의 등장워케이션(Work + Vacation)은 이름처럼 ‘일과 휴가를 동시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근무가 보편화되며 전 세계적으로 워케이션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1년 이후 지자체 주도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활발해지며 ‘관광정책’의 일부로 떠올랐다.예: 제주 .. 2025. 4. 23.
로컬을 일로 만드는 사람들 – 창작자, 기획자, 운영자 사이의 경계 로컬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종종 애매한 정체성을 동반한다.한 사람이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고, 소통까지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특히 소규모 지역 기반 프로젝트에서는‘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드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일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리기 쉽다. 이들은 누구인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가, 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인가지역 기반의 일은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정체성이 뒤섞인다.창작자: 이야기,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지역의 무형자산을 가공한다.기획자: 프로그램이나 공간, 브랜드, 축제 등 구조를 설계한다.운영자: 실제로 마을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시스템을 유지한다.로컬에서는 이 역할들이 선으로.. 2025.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