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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사라지지 않는다 – 관계가 남아 있는 한 지방은 사라지고 있는가.많은 지표는 그렇다고 말한다.출생률은 낮고,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정주 인구는 줄고, 지역의 행정구역은 재편되고 있다.학교는 문을 닫고, 병원은 사라지고, 버스는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은 오고 간다.여전히 누군가는 그곳에서 살아간다.그리고 어떤 사람은그곳을 기억하고,그곳에 머무르고,그곳을 다시 찾아간다. 그렇다면 정말 지방은 사라지는 것일까.혹은 우리가 지방을숫자의 언어로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지방은 수치로는 사라질 수 있다.하지만 기억 속에서, 관계 속에서, 서사 속에서는끝내 남을 수 있다.그곳에 사람이 있지 않아도,그곳을 기억하는 감정이 존재한다면그 지역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 가능성을 이야기해왔다.정주가 아니라 체류로,유입.. 2025. 5. 14.
누가 남고 누가 사라지는가 –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조건 지역은 구조다.사람이 오고 가는 흐름,공간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순환,관계가 맺어지고 끊어지는 리듬.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그리고 이 생태계는 단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어떤 구조가 반복되고,무엇이 남고,무엇이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적 구조다.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들어왔는가가 아니다.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누가 남고, 누가 사라졌는가?”이 질문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다. 많은 지역 사업이 ‘유입’만을 목표로 한다.누군가를 데려오고, 공간을 채우고,수치를 올리는 데 집중한다.하지만 정작,그들이 다음 해에도 남아 있는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기획은 프로젝트로 끝나고,관계는 예산으로 끊기고,기억은 기록되지 않은 채.. 2025. 5. 13.
정책과 콘텐츠 사이 –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방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하나는 ‘정책’, 다른 하나는 ‘콘텐츠’다.정책은 제도와 예산의 언어로 움직이고,콘텐츠는 감정과 상상력의 언어로 작동한다.정책은 시스템을 만들고, 콘텐츠는 분위기를 만든다.그런데 이 둘 사이에는 늘 어색한 거리가 존재한다. 정책은 효율성과 숫자를 요구하고,콘텐츠는 관계성과 감각을 지향한다.정책은 정해진 시기와 결과보고서로 귀결되며,콘텐츠는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흐름으로 확장된다.이 두 세계는 자주 충돌하거나,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나란히 존재한다.이 어색한 틈을 연결하는 존재가 필요하다.바로 ‘기획자’다. 기획자는 정책도 아니고, 콘텐츠도 아니다.하지만 그 둘을 가장 가까이에서 통역하고 연결하는 사람이다.기획자의 진짜 역할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2025. 5. 12.
관광은 정주를 대체할 수 있는가 – 로컬 경험자라는 새로운 삶 지역에 사람이 줄고 있다.학교가 폐교되고, 병원이 문을 닫고, 동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다.행정은 긴급 대응에 나서고, 청년 유입 정책이 반복되며, 주거 지원과 창업 보조금이 흘러들어간다.그러나 여전히 지역은 정주 인구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채우지 못한다.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과연 정주만이 지역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법인가? 우리는 지금 지역을 ‘사는 곳’에서만 정의하려 한다.주소지, 주민등록, 1년 이상 거주 조건, 가족 동반 여부 등행정 기반의 거주 개념이 지역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그러나 시대는 이미 이 구조를 벗어났다.1년에 몇 번씩 다시 찾는 마을,자신의 삶의 중요한 기억을 공유한 장소,지속적인 관계와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면,그곳은 정주하지 않아도 ‘사는 곳.. 2025. 5. 9.
누가 이 지역을 기억할 것인가 – 유입보다 잔존의 전략 지역은 언제 사라지는가.사람이 떠날 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때 사라진다.사람의 수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기억의 총량이다.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장소는 지리적으로는 존재하더라도,사회적으로는 이미 소멸한 것과 같다. 그래서 지금 지역이 물어야 할 질문은‘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가 아니라‘누가 이 지역을 기억하고 있는가’이다. 그동안의 지역정책은 유입 중심이었다.외부 방문자 수, 유동 인구, 신규 전입자 비율 등수치 기반의 유입 지표가 성과의 기준이 되었고,많은 지역이 ‘얼마나 데려올 것인가’를 고민해왔다.하지만 이 구조는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단기 체험자는 기억에 남지 않고,관광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정착을 유도해도 감정적 연결이 없는 관계는 유지되지 않는다. 이제는 발상.. 2025. 5. 8.
도시는 팔고, 지역은 관계 맺는다 – 브랜드가 아닌 서사 중심 설계 도시는 빠르다.도시는 팔 줄 안다.도시는 자신을 상품화하는 데 익숙하다.지하철역 하나마다 설치된 광고, 광장 곳곳의 미디어파사드,콘텐츠로 재구성된 골목과 리브랜딩된 동네 이름.도시는 철저히 ‘시장 언어’ 위에서 살아간다.그리고 그것은 도시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다.치열한 자본의 흐름 속에서 도시 공간은 끊임없이 상품이 되어야 하며,더욱 매력적으로, 더욱 눈에 띄게 포장되어야 한다.도시는 자신을 파는 데 거리낌이 없다.도시는 팔 수 있는 정체성을 구축해 왔고,그 정체성은 브랜드로 응축되어 재생산된다. 그러나 지역은 다르다.지역은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살아온 시간이 쌓인 것’이다.지역은 브랜드가 아니라 서사다.지역을 브랜드로만 접근하면,그 지역이 가진 고유한 시간, 관계, 맥락은디자인된 콘셉트.. 202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