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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생활인구4

방문보다 관계, 유입보다 연결 – 관광생활인구의 의미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유입’이다.누구를 불러올 것인가,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 어떤 경험을 통해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정책은 체류형 관광을 이야기하고, 로컬 프로젝트는 관계형 콘텐츠를 시도한다.그러나 대부분의 기획은 여전히 ‘방문’ 중심이다.유입 인구를 늘리기 위한 축제, 숙박을 유도하는 패키지, 소비를 유발하는 SNS 콘텐츠.이것은 어디까지나 도착의 기술이다.그러나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은 유입이 아니라 연결에서 시작된다.유입은 물리적 도착이지만, 연결은 감정적 정착이다.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다시 돌아오고, 어떤 사람은 지나간다.그 차이를 만드는 건 콘텐츠의 질이 아니라, 그곳에 머무는 감정의 설계다.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곳에 .. 2025. 4. 22.
인구가 아니라 감각이 줄어드는 지역의 위기 지역이 위기라고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숫자를 언급한다.출생률, 유출률, 고령화율, 사업체 수 감소, 행정기관 축소와 같은 데이터들이 ‘지방소멸’을 증명하는 기초 통계로 동원된다.하지만 정말 위기인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그것은 ‘숫자 이외의 모든 감각들이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해, 지방은 인구가 줄어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삶의 감각이 점점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사람이 줄어들면 이야기할 사람이 사라지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공간은 말이 줄고, 말이 줄면 결국 관계가 끊긴다.이는 물리적 소멸이 아니라 감각적 단절의 시작이다. 지역의 풍경은 여전히 존재한다.산은 있고, 바다는 있고, 농촌은 계절을 따라 반복되는 작물을 심고 걷어들인다.그러나 그 안에서 ‘.. 2025. 4. 21.
‘지방 소멸’이라는 문장이 감추는 것들 지방 소멸이라는 말은 자극적이다. 한 문장만으로도 위기의식이 생성된다.기자는 그 문장을 헤드라인에 올리고, 정책가는 그 문장을 예산 확보의 논거로 사용하며, 강연자는 청중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도입부로 삼는다.지방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는 일은 간편하고 효과적이다.하지만 바로 그 효과 속에, 아주 많은 것들이 삭제된다. ‘소멸’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지워버리는 것은 ‘사람’이다.통계 수치 뒤에 있는 개별의 삶, 숫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 경험, 그리고 지역을 유지하는 관계의 역사는 어느 순간 하나의 줄어드는 그래프로만 치환된다. 더 심각한 것은 ‘지방 소멸’이라는 담론이 반복되며, 오히려 그 담론 자체가 지방을 소외시키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숫자로 규정된 위기는 삶의 서사를 압도하고, 정.. 2025. 4. 18.
지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잊혀지는 것이다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반복된다.그 문장은 빠르게 위기를 알리고, 각성을 유도하고, 행동을 독려하는 효과적인 수사처럼 쓰인다.뉴스는 지방소멸지수와 고령화율, 인구 자연감소 속도를 수치로 제시하며 "이대로 가면 2040년경엔 ○○지역이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이 문장에는 결정적인 오해가 포함돼 있다.지방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실제로 사라지는 것은 공간이 아니라, 그곳을 바라보는 관심의 시선이고,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감정의 결이며,그 지역이 지역일 수 있게 만드는 서사의 연결 구조다. 지방은 지금도 존재한다.텅 빈 교실이 있는 학교도 여전히 오전 8시가 되면 종소리가 울리고,폐업한 마트 옆 작은 슈퍼에는 할머니들이 순서대로 들른다.버스는 2시간에 한 대지만, 여전히 그 노..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