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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발견13

로컬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가 – 브랜딩 이전의 ‘관찰’이라는 기술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마을을 담고 싶고, 사람을 기록하고 싶고,무언가 ‘우리 지역만의 것’을 발굴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많은 이들이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기획’이다.어떤 콘셉트로 풀지?어떤 플랫폼이 좋을까?영상이 나을까, 글이 나을까?이런 질문들.물론 중요하다.하지만 진짜 로컬 콘텐츠는기획 이전의 ‘관찰’이라는 기술에서 출발한다. 로컬 콘텐츠는 ‘찍는 것’보다 ‘보는 것’이 먼저다좋은 콘텐츠는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무엇을 볼 수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로컬에서는그 ‘보는 눈’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왜 이 마을에서는 오후 4시가 가장 조용할까?왜 이 가게 주인은 항상 반찬을 하나씩 더 줄까?.. 2025. 4. 21.
로컬 콘텐츠가 플랫폼을 만나면 – 유통보다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로컬’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된 지 오래다.어느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어느 시골에 자리한 카페,누군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생활 공예품.이제는 모두 플랫폼 위에서 ‘상품’처럼 흐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지역의 맥락이 사라진 채, 콘텐츠만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컬의 이야기가 아니라,로컬의 이미지가 유통되고 있는 시대.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배송보다 해석,유통보다 큐레이션이다. 플랫폼은 유통을 하지만, 맥락은 유통하지 않는다플랫폼은 빠르다.누구나 올릴 수 있고, 누구나 검색할 수 있으며, 누구나 살 수 있다.하지만 그 속에서 ‘왜 이 제품이 이 지역에서 나왔는가’라는 질문은 묻히기 쉽다.완주의 유기농 딸기는 제주 무농약 감귤 옆에서정선의 감자.. 2025. 4. 18.
축제는 왜 재미없을까? 우리가 놓친 질문들 – 지역 행사와 참여 설계의 재해석 봄이면 꽃 축제, 여름이면 해변 페스티벌, 가을엔 단풍과 와인, 겨울엔 불빛과 먹거리.한국의 지역 축제는 사계절을 따라 끊임없이 열린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말한다. “축제 가봤자, 거기서 거기야.”“그냥 인스타용 사진 몇 장 찍고 나오는 거지.” 축제는 많지만,기억에 남는 축제는 거의 없다. 문제는 콘텐츠의 수가 아니다.참여의 구조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축제는 왜 공허하게 느껴지는가대부분의 축제는 ‘볼거리’를 앞세운다.공연, 전시, 플리마켓, 체험 부스.겉으로 보기엔 풍성하지만, 그 안에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장면은 거의 없다.무대는 있다. 그런데 그 무대를 함께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부스는 많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의 하루’가 만들어지는 경험은.. 2025. 4. 17.
좋은 공간은 왜 ‘판매’보다 ‘관계’를 남기나 – 공간 기획의 감정 구조 공간을 기획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 동선, 콘셉트를 먼저 떠올린다.어떤 색을 쓸지, 어떤 조명을 달지, 어느 계절의 감성을 담을지.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공간은 눈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느낌으로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느낌은 결국,누군가와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공간은 기능보다 감정으로 작동한다같은 커피를 마셔도,공간이 기억에 남는 경우는 대개 누구와 앉았는지,어떤 분위기였는지,혹은 그날 어떤 감정을 통과했는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단지 소비자의 반응 차원이 아니다.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매일 반복되는 피로를 버티는 힘은공간의 구조나 수익이 아니라,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질.. 2025. 4. 16.
MZ는 왜 서울을 떠나 강릉에 카페를 열었을까 – 로컬 창업과 감정노동의 경계 최근 몇 년간, ‘로컬 창업’은 하나의 대안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도시의 조직과 속도를 벗어나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다 옆의 카페, 산골의 책방, 작은 마을의 비건 베이커리.이들은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개인의 세계관이 구현되는 방식이자 지속가능한 자기 표현의 실험실이다. 그러나 이 흐름이 낭만으로만 설명되는 순간,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게 된다.로컬에서의 창업은,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하면 지속되기 어렵다. 로컬 창업은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감당하는 일’이다도시에서의 피로는 물리적 노동과 경쟁에서 비롯된다면,로컬에서의 피로는 심리적 밀도와 감정적 무게에서 발생한다. 소규모 공간.. 2025. 4. 15.
지방 소멸보다 ‘로컬 홍수’가 더 무섭다 ― 과잉된 로컬 콘텐츠 시장의 딜레마  사람들은 말한다.이제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고.젊은 인구는 빠지고, 폐교는 늘고, 택배는 이틀씩 걸린다고.그래서 로컬을 살리기 위해카페가 생기고, 플리마켓이 열리고, 감성 간판이 걸린다. 그런데 이상하다.소멸은커녕, 요즘 로컬은 넘치고 있다.우리는 지금사라지는 것보다, 너무 많아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모두가 ‘로컬 감성’을 말하지만, 정작 지역은 보이지 않는다하얀 외벽, 통창, 원목 테이블.수제 디저트에 ‘감성’이라는 단어 한 스푼.슬로건은 ‘자연을 담다’, ‘작지만 소중한’, ‘머무는 삶’.어느 지역 SNS를 들어가도 똑같다. 서울일 수도, 정선일 수도, 완주일 수도 있다.📌 로컬을 말하지만, 지역성은 사라졌다. 콘텐츠는 쏟아지는데,‘왜 이 지역이어야 .. 202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