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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발견13

진짜 지역 활성화란 무엇인가 – 축제 이후의 시간  축제가 끝난 거리엔텅 빈 부스 자리와 철거된 무대,그리고 아직 걷히지 않은 현수막만이 남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사람들로 북적였고,음악과 음식과 사진이 넘쳐났지만,행사 이후 이 거리에 남은 건다시 돌아온 일상, 그리고 약간의 공허함이다. 이럴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이번 축제는 꽤 성공적이었어요.그런데… 그다음은 뭔가요?” 지역 활성화 = 축제가 아니다많은 지역 프로젝트에서‘활성화’라는 단어는 축제나 이벤트로 치환된다.유동 인구를 늘리는 것,외부 방문객을 유도하는 것,SNS에 퍼질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모든 것이‘보이는 활성화’에만 집중된 구조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은그 뒤에 있다.“이 행사가 끝나고 난 다음,이 지역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진짜 활성화는 ‘계속됨’에.. 2025. 4. 30.
로컬에서 일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 현실과 태도의 간극  “로컬에서 일하고 싶어요.”“지역 기반의 삶, 정말 매력적이에요.”“콘텐츠도 만들고, 공간도 운영하고 싶어요.” 요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정말 자주 본다.대부분은 도시에서 오랜 조직생활을 거친 후,혹은 콘텐츠에 대한 감각을 가진 MZ세대다. 하지만,로컬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다르다.다른 세상이 아니라, 다른 리듬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로컬의 일은 일과 관계가 동시에 작동한다도시에서의 일은 분리돼 있다.업무 시간, 프로젝트, 회의, 퇴근.하지만 로컬에서의 일은관계 속에서 일이 생기고, 일이 관계를 만든다.이웃이 전해준 소식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행사 기획 중 마을 이장의 의견이 흐름을 바꾸고업무 중에 들은 한 마디가 콘텐츠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여기선 일보다 사람이 먼저 작동하는 .. 2025. 4. 29.
로컬 콘텐츠가 밟는 3단계 – 기록, 해석, 제안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마을 이야기를 잘 풀어보고 싶어요.”“사람들한테 우리 동네를 다르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말은 참 많이 듣는다.그런데 그 물음 안에는대부분 ‘어떻게 보여줄까’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말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는 빠져 있다. 콘텐츠는 보여주기 이전에기록하고, 해석하고, 제안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그럴 때만이 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흐름’을 가질 수 있다. 1단계. 기록 – 있는 그대로의 삶을 붙잡는 기술로컬 콘텐츠의 시작은 언제나 ‘기록’이다.여기서 말하는 기록은 포토존이나 매뉴얼이 아니라,사람의 말투, 풍경의 온도,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이다.매일 오전 7시에 장을 여는 노인의 손마을회관 벽에 붙은 오래된 종이 쪽.. 2025. 4. 25.
지역이 변하려면, 일보다 ‘관계’가 먼저여야 한다 – 커뮤니티 중심의 변화 모델  많은 지역 프로젝트가 변화를 목표로 시작된다.소멸 위기의 마을, 침체된 상권, 무너진 공동체.그 속에서 누군가는 창업을 하고,누군가는 문화행사를 기획하며,누군가는 브랜딩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종종 같은 결론에 이른다.“우리는 많은 일을 했지만,정작 지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일이 먼저였고, 관계는 뒤에 있었다. 지역 변화는 시스템 이전에 커뮤니티에서 시작된다사업을 만들고, 공간을 열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변화의 시작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유지 조건은 언제나 ‘사람’이다.마을의 오래된 습관을 꺼내줄 사람새로운 실험을 버텨줄 사람반복적인 실패를 끌어안고 다시 시도할 사람이 관계들이 없으면아무리 잘 만든 시스템도 .. 2025. 4. 24.
로컬을 일로 만드는 사람들 – 창작자, 기획자, 운영자 사이의 경계 로컬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종종 애매한 정체성을 동반한다.한 사람이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고, 소통까지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특히 소규모 지역 기반 프로젝트에서는‘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드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일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리기 쉽다. 이들은 누구인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가, 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인가지역 기반의 일은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정체성이 뒤섞인다.창작자: 이야기,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지역의 무형자산을 가공한다.기획자: 프로그램이나 공간, 브랜드, 축제 등 구조를 설계한다.운영자: 실제로 마을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시스템을 유지한다.로컬에서는 이 역할들이 선으로.. 2025. 4. 23.
작은 마을에 브랜드가 생길 때 – 정체성 없는 브랜딩의 위험 요즘은 ‘작은 마을’에도 브랜드가 생긴다.누군가는 간판을 만들고,누군가는 그 마을만의 컬러를 정의하며,누군가는 스토리텔링을 입힌다. 그 과정을 통해 생긴 마을의 별칭은‘OO리 프로젝트’, ‘○○브랜드마을’, ‘로컬 크리에이티브 존’ 같은 이름을 갖는다. 그러나 브랜딩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때,정작 그 지역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브랜드 언어 속에 지워질 수 있다. 브랜딩은 정체성을 말하는 언어여야 한다지역 브랜딩은 결국‘이 마을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마을의 삶이 아닌 외부의 시선이 우선될 경우,브랜딩은 지역을 해석하기보다지역을 재단하기 시작한다.예쁜 이름,감성적인 로고,SNS에 잘 어울리는 스토리라인.이것들이 ‘브랜딩’의 전부가 되면지역은.. 2025.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