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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발견

지방 소멸보다 ‘로컬 홍수’가 더 무섭다

by 노니_Noni 2025. 4. 14.

― 과잉된 로컬 콘텐츠 시장의 딜레마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고.
젊은 인구는 빠지고, 폐교는 늘고, 택배는 이틀씩 걸린다고.
그래서 로컬을 살리기 위해
카페가 생기고, 플리마켓이 열리고, 감성 간판이 걸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소멸은커녕, 요즘 로컬은 넘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라지는 것보다, 너무 많아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모두가 ‘로컬 감성’을 말하지만, 정작 지역은 보이지 않는다

하얀 외벽, 통창, 원목 테이블.
수제 디저트에 ‘감성’이라는 단어 한 스푼.
슬로건은 ‘자연을 담다’, ‘작지만 소중한’, ‘머무는 삶’.

어느 지역 SNS를 들어가도 똑같다.

 

서울일 수도, 정선일 수도, 완주일 수도 있다.

📌 로컬을 말하지만, 지역성은 사라졌다.

 

콘텐츠는 쏟아지는데,
‘왜 이 지역이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콘텐츠는 넘치는데, 정작 관계는 사라지고 있어요

요즘 로컬 콘텐츠는 대부분 ‘방문’을 유도한다.
그런데 그 방문이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 카페는 있지만, 마을 주민은 없다.
  • 예쁜 숙소는 생겼지만, 이웃 상점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 축제는 열렸지만, 지역 아이들은 거기에 없다.

결국 로컬은 ‘콘텐츠’가 되었다.
소비되고 떠나는 풍경,
사진 한 장 남기고 저장된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묻는다.

“이게 진짜 로컬일까?”

 

지금 필요한 건 ‘차별화’보다 ‘구체화’

많은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전에 묻는 것들이다.

  • 이 마을의 봄은 무슨 색인가요?
  • 여기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나요?
  • 이 동네에는 ‘가장 오래된 냄새’가 있나요?

이런 구체적인 감각이 없으면,
모든 로컬은 결국 비슷한 형태로 소비된다.

다른 것보다 먼저, 깊은 것이 필요하다.

 

진짜 콘텐츠는 브랜드가 아니라 '서사'에서 시작된다

로컬은 브랜딩의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

 

카페 하나를 열더라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왜 여기인가’라는 서사를 잃지 않아야 한다.

 이야기가 없는 공간은 오래 남지 않는다.

 

그래서, 기획자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 이 공간은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요?
  • 지역 주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 방문자는 어떤 장면을 기억하고 돌아가게 될까요?

로컬 콘텐츠의 본질은
‘감성’이 아니라,
맥락을 가진 사람과 장면을 연결하는 일이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지금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보다 더 조심해야 할 말을
하나 더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컬이 너무 많아졌다.”

 

그 안에 진짜 사람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건 콘텐츠가 아니라 전시에 불과하니까.

 

다음 편 예고:
Ep.03. MZ는 왜 서울을 떠나 강릉에 카페를 열었을까? – 로컬 창업과 감정노동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