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허락한 그 찰나의 순간
“드디어, 백록담이 열렸습니다.”
눈 덮인 하얀 왕국 속에서 닫혀 있던 한라산 백록담이
무려 54일 만에 다시 등산객의 발길을 허락했어요.
지난 1월 27일부터 출입이 통제됐던 백록담.
3월 22일 아침, 드디어 그 웅장한 분화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죠.
🌸 봄의 초입, 하얀 산과의 조우
이날 한라산 성판악탐방로를 따라
해발 1500m 진달래밭대피소에 모인 300여 명의 등산객들.
그들은 오전 9시 30분, 한라산국립공원 안전요원의 인솔 아래
백록담 동릉 정상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길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해발 1600~1900m 구간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기존 표식을 찾기 힘들 정도였죠.
그래서 등산객들은 사전에 설치된 유도 로프를 따라,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습니다.
📸 그 이름 앞에서 다시, 인증샷
드디어 도착한 백록담 정상.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백록담'이라 적힌 표지석 앞엔
감격에 찬 등산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사방이 하얗게 뒤덮인 설산 속에서,
그 고요한 분화구의 풍경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했죠.
🚧 아직은 열리지 못한 또 하나의 길
하지만 백록담으로 향하는 모든 길이 열린 건 아닙니다.
관음사탐방로는 아직도 정상 구간 출입이 통제 중이에요.
사전 점검 결과, 이 구간은 눈이 쌓여 설벽이 형성됐고,
기온 상승으로 눈사태 우려까지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개방이 연기되었죠.
국립공원관리소는
"해빙기인 만큼, 위험요소가 많아 겨울 산행 장비 착용은 필수이며
2~3명이 함께 산행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 54일… 이례적으로 길었던 기다림
이번 통제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
보통 백록담은 눈이 쌓이거나 태풍이 와도
2~5일 정도 통제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무려 54일,
그만큼 기후 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자연 탐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참고로 1996~1999년, 2001~2003년엔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돼 2~3년간 아예 백록담 정상 탐방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 자연 앞에 서는 겸손
백록담은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를 멀리합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그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이 우리에게 다시 열린 날,
우리는 자연 앞에서 다시 겸손을 배웁니다.
“백록담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곳에 설 수 있는 건 자연이 허락할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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