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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트렌드 리포트

누구를 위한 관광정책인가 – 관광약자와 공감의 시선

by 노니_Noni 2025. 4. 21.

Prologue: '좋은 정책'이라는 말이 불편했던 순간

한 번은 회의 자리에서 ‘열린관광지’ 사업을 두고 “좋은 정책”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딘가 불편했다.

 

좋은 정책이라면, 왜 여전히 휠체어를 밀고 이동할 수 없는 길이 많을까?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찾는 데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까?

‘좋음’은 누구의 기준일까.

 

그 질문은 곧 ‘관광정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로 이어졌다.

 

Part 1 관광정책은 누구를 상상하며 만들어졌는가

많은 관광정책은 ‘관광객’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그 관광객은 보통 중산층, 젊고 건강하며, 소비력이 있는 사람이다.

장애인, 고령자, 유아 동반자, 외국인, 저소득층 등은 ‘예외적 존재’처럼 분류된다.

 

하지만 모두가 예외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관광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사회적 권리다.

 

‘관광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을 특정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공공정책의 시작이어야 한다.

 

Part 2 ‘포용’이라는 말 뒤에 숨은 공백

많은 보고서와 정책 브로셔에는 ‘포용’, ‘공감’, ‘모두를 위한 관광’ 같은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그 말들이 실제 공간과 제도에서 구현되는 사례는 드물다.

  • 경사로는 있지만 너무 가파르다.
  • 안내문은 있지만 시각장애인용 점자는 없다.
  • 관광안내소는 있지만 외국어는 제한적이다.

‘있다’는 것이 곧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접근성은 존재의 유무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 가능성이다.

 

Part 3 공감을 넘어 정책의 언어를 바꿔야 할 때

관광정책은 이제 단순히 '제공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언어로 바뀌어야 한다.

  1. 정책 언어에서 ‘약자’라는 말의 뉘앙스를 재고하기
  2. ‘접근 가능성’보다 ‘경험 가능성’이라는 말로 전환하기
  3. 데이터와 수치를 넘어 당사자의 목소리, 이야기 기반의 설계 강화하기

정책은 누군가를 위한다는 ‘의도’보다, 그 사람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Part 4 관광기획자에게 필요한 감각

  1. 관찰의 감각: 장애 당사자, 외국인 관광객, 고령자, 아이를 동반한 부모 등 다양한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훈련
  2. 대화의 감각: 전문가보다 당사자와 먼저 이야기 나누기
  3. 연결의 감각: 단일 시설이 아니라, 이동·이용·체험 전반이 연결되는 구조로 기획하기

관광정책은 ‘대단한 변화’보다 ‘작은 불편’을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마무리: ‘공감’은 정책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정책은 설득이 아니라 실천이다.

진짜 공감은 문서 속 말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증명된다.

 

모두를 위한 관광은, 특정한 사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기본값으로 상정하는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진짜 바꿔야 하는 것은 제도만이 아니라, 정책을 쓰는 우리의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