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죽음을 넘어선 기술”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by 노니_Noni 2025. 4. 20.

 

포스트 휴먼, 마인드 업로딩, 노화 제거…생명의 정의가 바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생’은 종교나 신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뇌를 백업하고, 장기를 갈아 끼우고,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기술이 과학자의 입에서 현실적인 계획처럼 나옵니다.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이제는 ‘죽음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는 인간’, 즉 포스트 휴먼(Post-human)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지금, 삶의 정의와 경계가 바뀌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기억은 백업되고, 존재는 저장된다

스톡홀름 미래학연구소의 안데르스 샌드버그 연구원은 말합니다.
“기억은 데이터로, 의식은 알고리즘으로…당신은 수세기 후에도 살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상상력이 아닙니다. 인간의 뇌를 수천만 장으로 분할 촬영한 후, 3D로 구현한 ‘커넥톰(connectome)’을 디지털로 복제하는 기술은 이미 초파리 실험을 통해 부분적 성공을 보았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다음 단계인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에 도전 중입니다.
기억과 인격, 감정을 담은 디지털 ‘나’를 데이터센터 안에서 살게 할 수 있다면, 육체의 노쇠는 더 이상 존재의 끝을 의미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 따라붙는 윤리적 질문은 무겁습니다.
“그 디지털 존재는 진짜 ‘나’인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과학은 가능성을 넓히고 있지만, 철학과 법은 아직 뒤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은 부품처럼 교체된다

스탠퍼드대 나카우치 히로미쓰 교수의 아이디어는 더 과감합니다.
그는 뇌 없는 신체, ‘보디오이드(Bodyoid)’를 배양해 고장 난 장기를 새 부품처럼 교체하는 시대를 상상합니다.

이미 이식용 장기를 동물 몸속에서 키우는 ‘키메라 기술’은 일부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고, 다음 단계는 전체 신체를 복제해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나카우치 교수는 말합니다.
“기술적 준비는 끝났고, 남은 건 사회의 수용뿐입니다.”

실제로 장기 이식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눈앞에 있는데, "그 신체에 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인간일까?"라는 질문이 기술 진보를 막고 있습니다.

생물에서 배우는 초장수의 비밀

미 앨라배마대의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는 아예 인간을 벗어나 장수 동물에게서 생명 연장의 열쇠를 찾고 있습니다.
히드라, 대양백합조개, 코끼리… 이 생명체들은 노화를 거의 하지 않거나 특정 질병에 강한 특징을 보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 생물의 단백질 처리 능력입니다.
조개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에도 노화 현상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이는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질환 예방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백질 응집 억제 = 노화 지연"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면, 새로운 약물 개발과 노화 치료법이 속속 등장할 수 있습니다.

늙은 세포를 없애는 제노제의 시대

한국의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노화 그 자체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그의 핵심 키워드는 ‘제노제(除老劑)’, 즉 노화 세포만 선별 제거하는 기술입니다.

70대 노인의 몸에서 늙은 세포는 전체의 2~3%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소수의 세포가 염증, 기능 저하, 질환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면 신체 전반의 회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실제로 젊은 쥐의 혈액을 늙은 쥐에 투입하면 회춘 효과가 나타났고, 이 실험은 인간 혈장 실험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안전성과 윤리 문제는 많지만, 노화를 ‘관리 가능한 상태’로 보는 새로운 관점이 열리고 있습니다.

기술은 앞서가고, 사회는 따라잡아야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기술로 삶을 바꿀 준비는 되었는가?”

의식이 컴퓨터 속에서 살아남고, 장기가 복제되어 교체되며, 노화가 제거되는 시대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 윤리, 규범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은 이미 인류를 불멸로 이끌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인간이라 부를 것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입니다.

 

죽음은 기술이 넘을 수 있는 벽이 되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그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