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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사라지지 않는다19

일시적 방문자에서 생활자 되는 경로, 감정의 설계가 필요하다 많은 지역 기획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어떻게 하면 한 번 온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들 수 있을까?”“단기 체험이 아니라, 지역에 머무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이 질문은 단순히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이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담론 속에서 지역이 외부와 지속 가능한 관계를 설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순한 유입 정책이 아니라, 감정의 설계에 있다. 방문자는 누구나 처음에는 낯설다.지역의 분위기, 말투, 공간 구조, 거리감, 관계망—all unfamiliar.하지만 그 낯섦을 견디고 나서야 정서적 연결이 가능하다.여기서 중요한 건, 방문자가 낯섦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감정적 완충지대가 있는가다.이 지대가 없다면 방문은 일회성 경험에 그.. 2025. 5. 5.
로컬은 콘셉트가 아니라 맥락이다 – 체류형 콘텐츠 구조 분석 지금, 지역은 ‘콘셉트’로 말해지고 있다.대부분의 로컬 프로젝트는 ‘감성적인’ 혹은 ‘디자인적인’ 키워드를 기반으로 기획되며,이름, 슬로건, 공간 구성, 체험 요소, 상품 패키지 등 모든 것이 브랜드처럼 구성된다.로컬 브랜드,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페스티벌 등 그 명칭은 다르지만,결국 그 안에서 지역은 하나의 ‘기획 대상’이 된다. 하지만 로컬은 콘셉트가 아니다.로컬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맥락’이며, ‘일상이 쌓인 구조’다.따라서 지속 가능한 체류형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콘셉트보다 앞서 지역의 맥락을 읽는 것이 먼저다. 콘셉트는 빠르게 구성되지만, 맥락은 느리게 발견된다.콘셉트는 외부의 언어로도 가능하지만, 맥락은 내부의 경험으로만 가능하다.콘셉트는 시선을 끌지만, 맥락은 감정을 남긴다.결국 체류형.. 2025. 5. 2.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지역의 콘텐츠는 많다.SNS를 열면 새로운 로컬 브랜드, 로컬 여행 코스, 마을 축제, 감성 있는 카페와 숙소 정보가 매일같이 쏟아진다.그러나 그중 얼마나 많은 콘텐츠가 1년, 혹은 3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공간이, 이름이, 프로젝트가 지역 안에서 ‘기억’되고 있는가.지속 가능하지 않은 콘텐츠는 유행처럼 사라지고,지역은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란 단순히 오래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다.그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감정의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그 감정은 방문자의 기억 속에서, 혹은 주민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며 살아 있다.공간이 사라져도 그 감각은 남고, 브랜드가 바뀌어도 이야기의 결은 지속된다.이것이 지속 가능한 콘텐츠가 가지는 진짜 힘이다.. 2025. 5. 1.
정기성과 체류성이 바꿔놓은 지역 경제의 리듬 전통적인 지역경제는 주로 정주 인구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왔다.시장, 상점, 학교, 행정서비스, 의료기관 모두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었다.그러나 지금, 인구감소지역의 경제 구조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정주 인구만이 아니다.단기 방문자, 주기적 체류자, 반복적 이용자, 비정주형 생활자들이 지역의 소비와 관계의 리듬을 재구성하고 있다.이 흐름은 단지 관광 소비의 다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 시간표를 바꾸는 중이다. 예를 들어보자.과거에는 특정 요일에 장이 열리면, 그 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거래하고 소식을 나눴다.그러나 지금은 그 장에 매주 외지에서 찾아오는 고정 방문자, 단골 캠핑족, 혹은 근처의 워케이션 체류자들이 참여한다.이들은 마을 주민과는 다른 방식으로.. 2025. 4. 30.
디지털관광주민증은 감정을 이식할 수 있는가 관계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이제 오프라인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과도 친밀감을 나누고,지리적으로 전혀 연관 없는 장소에 대해 정서적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그렇기에 ‘관계 기반 지역 기획’의 논의에서도 디지털이라는 매개는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정서적 연결을 확장하고 지속시키는 주체적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했다.이런 관점에서 등장한 것이 디지털관광주민증이다.단기 방문자와 지역의 관계를 물리적 거주가 아닌 정서적 참여로 확대하고자 했던 실험.정주하지 않아도 ‘이 지역의 생활자’처럼 정보를 받아보고,소식을 공유하며, 혜택을 누리고, 때때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관계형 관광이 가진 최대의 딜레마—물리적 거리감—을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2025. 4. 29.
관계형 관광의 가능성, 유형 6이 보여준 실험 관광은 더 이상 단순한 방문 행위가 아니다.누가 와서, 어디에 머물며, 무엇을 소비하고 떠났는가를 넘어,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머무른 시간을 기억하는지,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시대다.이 관점에서 인구감소지역의 유형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이 바로 ‘유형 6’, 즉 관계형 체류 가능 지역이다.이 유형에 속하는 대표 지역으로는 전라북도 완주군, 전라남도 담양군, 고창군 등이 있다.공통적으로 관광객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지역들의 특징은 방문자의 정서적 체류 가능성이 높고,‘머무름의 감정’이 설계된 콘텐츠가 존재하며,외부 방문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머물며,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관계형 관광은 특정한 지표로 측정되기 어렵다.숙박일수, .. 2025.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