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팔고, 지역은 관계 맺는다 – 브랜드가 아닌 서사 중심 설계
도시는 빠르다.도시는 팔 줄 안다.도시는 자신을 상품화하는 데 익숙하다.지하철역 하나마다 설치된 광고, 광장 곳곳의 미디어파사드,콘텐츠로 재구성된 골목과 리브랜딩된 동네 이름.도시는 철저히 ‘시장 언어’ 위에서 살아간다.그리고 그것은 도시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다.치열한 자본의 흐름 속에서 도시 공간은 끊임없이 상품이 되어야 하며,더욱 매력적으로, 더욱 눈에 띄게 포장되어야 한다.도시는 자신을 파는 데 거리낌이 없다.도시는 팔 수 있는 정체성을 구축해 왔고,그 정체성은 브랜드로 응축되어 재생산된다. 그러나 지역은 다르다.지역은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살아온 시간이 쌓인 것’이다.지역은 브랜드가 아니라 서사다.지역을 브랜드로만 접근하면,그 지역이 가진 고유한 시간, 관계, 맥락은디자인된 콘셉트..
2025. 5. 7.
지역축제는 왜 기억되지 않는가 – 참여 설계와 생활형 콘텐츠
지역에는 생각보다 축제가 많다.봄에는 꽃축제, 여름엔 해양 페스티벌, 가을엔 수확의 장, 겨울에는 빛의 거리와 야시장.그러나 이토록 많은 축제 중 우리가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이름은 몇이나 될까.지역축제는 많지만, 기억에 남는 축제는 적다.이 현상은 단지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지역축제가 관객의 감정을 설계하지 못한 채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축제가 ‘볼거리’ 중심으로 구성된다.무대를 만들고, 유명인을 초대하고, 포토존을 세운다.플리마켓, 푸드트럭, 공연.형식적으로는 다채롭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빠져 있다.‘내가 이 축제에 왜 참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정서적 동기 설계다.방문객은 많지만, 참여자는 없다.무대를 본 관객은 있지만, 무대를 함께 만드는 사람은 없다.이벤트에 반응하는 소비자는 있지만,..
2025. 5. 6.
로컬은 콘셉트가 아니라 맥락이다 – 체류형 콘텐츠 구조 분석
지금, 지역은 ‘콘셉트’로 말해지고 있다.대부분의 로컬 프로젝트는 ‘감성적인’ 혹은 ‘디자인적인’ 키워드를 기반으로 기획되며,이름, 슬로건, 공간 구성, 체험 요소, 상품 패키지 등 모든 것이 브랜드처럼 구성된다.로컬 브랜드,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페스티벌 등 그 명칭은 다르지만,결국 그 안에서 지역은 하나의 ‘기획 대상’이 된다. 하지만 로컬은 콘셉트가 아니다.로컬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맥락’이며, ‘일상이 쌓인 구조’다.따라서 지속 가능한 체류형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콘셉트보다 앞서 지역의 맥락을 읽는 것이 먼저다. 콘셉트는 빠르게 구성되지만, 맥락은 느리게 발견된다.콘셉트는 외부의 언어로도 가능하지만, 맥락은 내부의 경험으로만 가능하다.콘셉트는 시선을 끌지만, 맥락은 감정을 남긴다.결국 체류형..
2025. 5. 2.
정기성과 체류성이 바꿔놓은 지역 경제의 리듬
전통적인 지역경제는 주로 정주 인구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왔다.시장, 상점, 학교, 행정서비스, 의료기관 모두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었다.그러나 지금, 인구감소지역의 경제 구조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정주 인구만이 아니다.단기 방문자, 주기적 체류자, 반복적 이용자, 비정주형 생활자들이 지역의 소비와 관계의 리듬을 재구성하고 있다.이 흐름은 단지 관광 소비의 다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 시간표를 바꾸는 중이다. 예를 들어보자.과거에는 특정 요일에 장이 열리면, 그 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거래하고 소식을 나눴다.그러나 지금은 그 장에 매주 외지에서 찾아오는 고정 방문자, 단골 캠핑족, 혹은 근처의 워케이션 체류자들이 참여한다.이들은 마을 주민과는 다른 방식으로..
2025.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