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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by 노니_Noni 2025. 5. 1.

 

지역의 콘텐츠는 많다.
SNS를 열면 새로운 로컬 브랜드, 로컬 여행 코스, 마을 축제, 감성 있는 카페와 숙소 정보가 매일같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중 얼마나 많은 콘텐츠가 1년, 혹은 3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공간이, 이름이, 프로젝트가 지역 안에서 ‘기억’되고 있는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콘텐츠는 유행처럼 사라지고,
지역은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란 단순히 오래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감정의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그 감정은 방문자의 기억 속에서, 혹은 주민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며 살아 있다.
공간이 사라져도 그 감각은 남고, 브랜드가 바뀌어도 이야기의 결은 지속된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콘텐츠가 가지는 진짜 힘이다.

 

그렇다면 로컬 콘텐츠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무엇이 그 콘텐츠를 한 번의 기획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로 성장하게 만드는가.


그 출발점은 기획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감각의 관찰에서 비롯된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는 지역의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그 정체성은 ‘특산물’이나 ‘관광 자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투, 풍경의 흐름, 계절의 결, 그리고 시간의 리듬 같은 감각 기반의 서사다.


예를 들어 한 마을의 일상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작은 장터가 있다면,
그 장터를 기록하고 해석해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관찰자이자 생활자여야 한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는 반복 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체험형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한 번만 참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오고 싶다’, ‘다음에도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 경험을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감정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는 확장되고, 지역은 기억되고, 방문은 반복된다.

 

이 구조는 단지 콘텐츠의 완성도가 아니라, 관계의 설계 능력에 달려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콘텐츠는 ‘공동의 감각’을 생성한다.


로컬 콘텐츠가 단지 예쁜 이미지나 분위기 좋은 공간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철학이 지역 주민과 방문자 모두에게 공감 가능한 메시지여야 한다.
로컬에서만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라, 외부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콘텐츠는 닫힌 시스템이 아닌, 열린 플랫폼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지속 가능성을 감정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콘텐츠 제작자의 감정, 운영자의 감정, 지역 주민의 감정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


오랫동안 콘텐츠를 운영하다 보면 감정 노동이 축적되고, 피로가 쌓이며,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란 단지 잘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사람의 리듬’을 설계한 콘텐츠다.

 

이 리듬은 물리적인 운영 매뉴얼보다 감정적인 동선에 가깝다.
운영자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구조,
방문자가 무례하지 않게 체험할 수 있는 설계,
주민과 창작자가 상호존중하며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
이러한 ‘정서 기반의 운영 시스템’이 없다면, 콘텐츠는 오래가지 못한다.

 

마무리하며,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그것은 오래 머문 사람의 눈에서 태어나고,
감정을 존중하는 기획자의 손에서 자라며,
관계를 기억하는 방문자의 마음에서 완성된다.


지역은 콘텐츠를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가 자라나는 토양이 되어야 한다.
그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