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자, 기획자, 운영자 사이의 경계
로컬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종종 애매한 정체성을 동반한다.
한 사람이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고, 소통까지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지역 기반 프로젝트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드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
일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리기 쉽다.
이들은 누구인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가, 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인가
지역 기반의 일은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정체성이 뒤섞인다.
- 창작자
: 이야기,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지역의 무형자산을 가공한다. - 기획자
: 프로그램이나 공간, 브랜드, 축제 등 구조를 설계한다. - 운영자
: 실제로 마을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시스템을 유지한다.
로컬에서는 이 역할들이 선으로 나뉘지 않고, 점처럼 겹친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동시에 콘텐츠를 만들고,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은 SNS를 운영하고,
디자이너는 현장 스텝이 되기도 한다.
모호한 역할은 유연함이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다기능적인 역할이 창조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책임이 겹치고, 감정이 소모되며, 조직화되지 않은 구조의 허점이 드러난다.
- 누가 기획의 방향을 잡아야 할까
- 누구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가
- 누가 지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로컬 프로젝트는 ‘관계’에 의존한 채 버티게 되고
개인의 소진으로 끝나기 쉽다.
역할의 분산이 아니라, 관계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로컬에서는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짜야 한다.
- 창작자에게는 기획자가 아닌 ‘공유자’가 필요하다
- 기획자에게는 운영자가 아닌 ‘현장 리스너’가 필요하다
- 운영자에게는 관리자가 아닌 ‘정서적 지지자’가 필요하다
일의 분류보다, 에너지의 흐름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로컬이라는 ‘작고 복잡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로컬에서 일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컬에서 일한다는 것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리듬 안에 일을 끌어들이는 일이다.
- 일과 쉼의 구분이 흐려지고,
- 책임과 관계가 섞이며,
- 존재와 직업이 겹친다.
이 구조 속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의 완벽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구조이다.
마무리하며
로컬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 어렵다.
- 창작자이면서 운영자이고,
- 기획자이면서 동네 주민이며,
- 행사를 만드는 동시에 그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로컬의 일은 언제나 복잡하고,
그 복잡함 속에서 진짜 지속 가능성은 관계 설계에 달려 있다.
다음 편 예고:
Ep.10. 지역이 변하려면, 일보다 ‘관계’가 먼저여야 한다 – 커뮤니티 중심의 변화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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