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보는 마지막 에필로그
로컬을 말할 때,
우리는 종종 ‘지역’이라는 단어의 범위부터 따진다.
서울이 아닌 곳, 인구가 적은 곳, 행정 구역상 농산어촌.
하지만 이 시리즈를 모두 쓰고 난 지금,
나는 ‘로컬’이라는 단어를
행정이나 지리보다 훨씬 더 작은 단위,
하루의 감각, 말의 결, 사람의 온기에서부터 다시 정의하고 싶다.
로컬은 장소가 아니라 태도다
로컬에서 일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브랜드를 기획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어디에 살든
‘자기 주변을 오래 바라보는 감각’을 갖고 있었다.
- 오늘 하루 동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 이웃이 쓰는 단어가 무엇인지,
- 공간에 어떤 표정이 흐르는지를
눈치채고, 붙잡고, 기록했다.
로컬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에서 시작된다.
결국, 로컬은 나를 다시 보는 방식이 된다
지역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바꾸는 것.
이것이 진짜 로컬의 힘이다.
- 더디게 가더라도 내 삶의 속도를 믿는 감각
- 시스템보다 관계를 먼저 읽는 태도
- 외부의 시선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을 붙잡는 힘
이런 감각은
로컬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었다.
로컬을 말하는 나, 다시 돌아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나는
‘로컬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와서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왜 이토록 로컬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건 아마,
‘나를 이루는 감각들이 더 이상 도시 중심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빠르게 움직이고 싶지 않고,
더 오래 머물고 싶고,
더 작은 연결 안에서 단단해지고 싶었다.
나에게 로컬이란
- 내 감각의 속도를 되찾는 일
- 한 마디 말이 오래 기억되는 세계
- 눈에 띄기보다 스며드는 존재가 되는 곳
- 결과보다 리듬을 먼저 존중받는 방식
- 삶과 일이 완전히 나눠지지 않아도 괜찮은 구조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
그것이 나에게 로컬이다.
마무리하며
로컬은 이제
정책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언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언어는
관찰, 해석, 관계, 감정, 지속 가능성, 신뢰, 회복 같은 말들로
천천히, 아주 작게, 내 안에서 자라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선은
비단 ‘지역’을 위한 것이 아니라,지금 여기, 나 자신을 다시 살기 위한 언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