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사는 법]4월의 강원도, 장터에서 피어난 느린 봄날의 이야기
빨리 가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일부러 ‘천천히’ 살아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강원도의 로컬 장터에는 그런 느림의 미학이 살아 있습니다.
바람이 살랑이는 봄날, 저는 그 느림을 만나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어요.
🏞️ 정선아리랑시장 – 할머니의 두릅 꾸러미
4월 중순, 정선에 도착하자 마자 아리랑시장 쪽으로 향했어요. 5일장이라 날짜 맞추기 어렵지만, 운 좋게 장이 선 날이었죠.
이른 아침부터 장터는 북적였습니다.
좌판 위엔 방금 산에서 캐온 것 같은 두릅, 곰취, 참나물 같은 봄나물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손님들은 고개를 숙이고 나물의 향을 맡으며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직접 딴 곰취를 손수 종이봉투에 담으며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건 새벽에 내가 캐온 거야. 내 손주도 잘 먹는단다. 된장 무쳐 먹으면 꿀맛이지.”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시장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어요.
그 나물 꾸러미 하나에도 ‘봄날’이 통째로 담겨 있었거든요.
- 🗓️ 운영일: 매주 토요일 & 매월 2, 7, 12, 17, 22, 27일
- 📍 위치: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 1357-1
- 🚗 주차: 공영주차장 이용 (유료)
- 🔗 정선아리랑시장 소개
🌊 강릉 중앙시장 – 바다와 사람 사이
시장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곳, 강릉 중앙시장.
4월의 강릉은 바람 끝이 아직 쌀쌀하지만 시장 안은 따끈한 오징어순대와 어묵 국물 덕분에 훈훈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장 보러 온 중학생쯤 되는 아이가 시장 골목 어귀에서 치즈핫도그를 한 입 베어물며 “여기 핫도그 진짜 맛있다”고 말하더군요.
그 소리에 상인 아주머니가 “그래, 맛있지! 집에 갈 때 하나 더 사 가~”라며 웃으셨어요.
이 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이 아니에요.
바다 냄새가 풍기고,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밴, 강릉만의 느릿한 리듬이 흐릅니다.
- ⏰ 운영시간: 매일 08:00~19:00
- 📍 위치: 강원 강릉시 금성로 21
- 🚗 주차: 중앙시장 공영주차장 (유료)
- 🔗 중앙시장 소개
🍃 마무리하며
빠르게 흐르는 도시에선 절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강원도의 로컬 시장에는 남아있어요.
두릅 꾸러미 속에도, 비건 타르트 한 조각에도, 그리고 한 그릇의 어묵 국물에도 누군가의 봄날이 들어 있습니다.
이번 봄엔, 목적지도 명소도 아닌
‘사람이 있는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