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왜 재미없을까? 우리가 놓친 질문들
– 지역 행사와 참여 설계의 재해석
봄이면 꽃 축제, 여름이면 해변 페스티벌, 가을엔 단풍과 와인, 겨울엔 불빛과 먹거리.
한국의 지역 축제는 사계절을 따라 끊임없이 열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말한다.
“축제 가봤자, 거기서 거기야.”
“그냥 인스타용 사진 몇 장 찍고 나오는 거지.”
축제는 많지만,
기억에 남는 축제는 거의 없다.
문제는 콘텐츠의 수가 아니다.
참여의 구조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축제는 왜 공허하게 느껴지는가
대부분의 축제는 ‘볼거리’를 앞세운다.
공연, 전시, 플리마켓, 체험 부스.
겉으로 보기엔 풍성하지만, 그 안에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장면은 거의 없다.
- 무대는 있다. 그런데 그 무대를 함께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 부스는 많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의 하루’가 만들어지는 경험은 있는가.
축제는 사람을 불러오지만,
그 사람을 어디에도 주인공으로 참여시키지 못한다.
그 결과, 축제는 소비되는 행사로만 작동하고
지역과의 정서적 연결은 형성되지 않는다.
진짜 축제는 ‘참여 설계’에서 시작된다
지역 행사 기획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콘텐츠 큐레이션’만으로 축제를 구성하는 것.
그러나 관객이 진짜 몰입하는 순간은,
무엇을 보았느냐보다 ‘내가 어떤 역할로 존재했느냐’에 달려 있다.
- 내가 만든 무언가가 무대에 올랐는가
- 내 친구가 출연하는 공연을 함께 봤는가
- 내가 고른 장소에서 누군가가 웃었는가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행사를 단순한 방문이 아닌
기억이 되는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지금 필요한 건 ‘참여자 중심의 프로그램 설계’
참여를 유도하는 축제는 단순히 부스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서사’를 행사 안에 끌어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기획단계에서 지역 주민과의 공동 운영구조 마련
- ‘소비자’가 아닌 ‘공동 기획자’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
- 기록과 확산이 아닌, 관계 형성 중심의 구조 설계
- 전문가가 아닌 생활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운영
이러한 구조 없이 만들어진 축제는
결국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로만 남는다.
참여 설계가 이루어지면, 지역은 ‘소비지’가 아닌 ‘공생지’가 된다
축제는 지역의 에너지를 잠시 끌어올리는 장치가 아니라,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자가 관계를 맺는 구조물이어야 한다.
- 관객은 그 지역을 기억하고,
- 지역은 그 방문을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행사 종료 후 남는 것은 폐현수막과 피로감뿐이다.
마무리하며
잘 만든 축제는
콘텐츠보다 사람의 감정이 흐르는 구조를 먼저 설계한다.
지금의 지역 행사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누가 이 공간 안에서 주인공이 될 것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좋은 축제는 누구를 초대하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만드는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축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공동의 기억이 된다.
다음 편 예고:
Ep.06. 로컬 콘텐츠가 플랫폼을 만나면 – 유통보다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