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챗GPT의 ‘지브리 열풍’

노니_Noni 2025. 4. 1. 14:37

기술의 감탄 뒤에 남겨진 불편한 질문

요즘 SNS를 보다 보면 ‘지브리 스타일’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눈에 띄게 늘었죠.

그 배경엔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이 있어요.

텍스트 이해 능력을 바탕으로 이미지까지 생성해주는 이 기능은, 사용자가 직접 올린 사진을 마치 지브리나 디즈니 화풍처럼 바꿔주는 마법 같은 도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유저들이 만든 지브리풍 셀카나 가족 사진, 반려동물 그림은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자신의 SNS 프로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꿨을 정도였어요.

서버가 한때 멈춰 설 정도로 엄청난 수요가 몰렸다고 하죠.

하지만 감탄의 이면에는 오래된, 그리고 점점 더 커지는 논란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지브리 스타일’,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생성형 AI가 특정 화풍을 ‘따라 한다’는 건, 결국 그 화풍이 담긴 이미지들을 학습했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챗GPT-4o는 지브리의 작품을 학습했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허락은 받았을까요?

현재까지 오픈AI는 지브리와 어떤 저작권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는 단지 지브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창작자들이 지난 수년간 제기해온 문제와 맞닿아 있죠.

"내 작품이 AI의 학습 데이터가 되는 순간, 내 고유한 스타일은 ‘대체 가능한 것’이 된다."
"이건 창작자가 아닌 기계가 내 얼굴을 뒤집어쓰는 일이다."

법적으로는 그레이존에 가까운 이 영역은, 창작자의 동의 없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방식이 여전히 표준처럼 여겨지는 AI 업계의 관행을 보여줍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경고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가 유행하자, 자연스레 재조명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지브리의 창립자이자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과거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삶을 무시하는 기술이다.”

그는 기술이 감각을 모방할 순 있어도, 그 감정이 만들어진 맥락, 인간의 경험, 기억, 애틋함은 모방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AI의 창작물은 그럴듯할 수는 있지만, 감정의 근원까지 도달하긴 어렵다는 거죠.

 

예술이냐 모방이냐, AI 시대의 딜레마

지금도 생성형 AI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어요. 예전엔 ‘AI가 사람 얼굴 그리는 게 이렇지’ 하고 웃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전문가가 그린 그림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죠.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누구의 노력과 스타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우리는 알고 있나요?

'지브리 스타일'이 귀엽고 신기하다는 감탄 뒤에, 창작자의 수고와 철학, 고유한 미학이 무단으로 흉내 내졌다는 사실은 가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지 지브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음악, 사진, 그림, 문학까지… AI는 점점 더 많은 창작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고, 우리가 무엇을 ‘창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다시 묻게 합니다.

 

기술은 어디까지 가고, 우리는 어디에 설까?

기술은 멈추지 않습니다. 챗GPT-4o가 만든 이미지도, 다른 생성형 AI의 결과물도 계속해서 정교해질 거예요.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며 윤리와 철학도 함께 진화하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의 얼굴, 목소리, 그림, 글이 AI의 학습 데이터가 될 때—
그것이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위한 ‘재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일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