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 브랜드가 생길 때
– 정체성 없는 브랜딩의 위험
요즘은 ‘작은 마을’에도 브랜드가 생긴다.
누군가는 간판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마을만의 컬러를 정의하며,
누군가는 스토리텔링을 입힌다.
그 과정을 통해 생긴 마을의 별칭은
‘OO리 프로젝트’, ‘○○브랜드마을’, ‘로컬 크리에이티브 존’ 같은 이름을 갖는다.
그러나 브랜딩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때,
정작 그 지역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브랜드 언어 속에 지워질 수 있다.
브랜딩은 정체성을 말하는 언어여야 한다
지역 브랜딩은 결국
‘이 마을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을의 삶이 아닌 외부의 시선이 우선될 경우,
브랜딩은 지역을 해석하기보다
지역을 재단하기 시작한다.
- 예쁜 이름,
- 감성적인 로고,
- SNS에 잘 어울리는 스토리라인.
이것들이 ‘브랜딩’의 전부가 되면
지역은 또 하나의 마케팅 소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브랜드가 지역을 대표할 수 있으려면
브랜딩은 결국 대표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브랜드가 누구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 마을 주민의 일상에서 출발했는가
- 외부 디자이너가 아닌, 내부의 언어가 반영되었는가
-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구조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브랜딩은 결국 일시적인 캠페인일 뿐이다.
정체성이 없는 브랜딩은
지역을 피로하게 만들고, 신뢰를 떨어뜨린다.
로컬 브랜딩의 핵심은 ‘느림’과 ‘공감’이다
브랜드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로컬의 경우,
그 뿌리는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 기억에 얽혀 있다.
따라서 진짜 브랜딩은
디자인 작업보다 먼저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대화하고, 함께 살아보는 과정에서 시작돼야 한다.
- 마을 사람들이 ‘우리 마을’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름
- 사용될수록 익숙해지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상징
- 오히려 외부보다 내부에 먼저 반응이 오는 구조
이것이 가능할 때
브랜드는 마을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마무리하며
로컬 브랜딩은
지역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역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결을 드러내는 기술이어야 한다.
무언가를 더하거나 붙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잘 읽고, 해석하고, 살려내는 일.
정체성이 없는 브랜딩은
아무리 예뻐도 오래 남지 않는다.지역은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로 완성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 예고:
Ep.09. 로컬을 일로 만드는 사람들 – 창작자, 기획자, 운영자 사이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