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방문자에서 생활자 되는 경로, 감정의 설계가 필요하다
많은 지역 기획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한 번 온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들 수 있을까?”
“단기 체험이 아니라, 지역에 머무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이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담론 속에서 지역이 외부와 지속 가능한 관계를 설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순한 유입 정책이 아니라, 감정의 설계에 있다.
방문자는 누구나 처음에는 낯설다.
지역의 분위기, 말투, 공간 구조, 거리감, 관계망—all unfamiliar.
하지만 그 낯섦을 견디고 나서야 정서적 연결이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방문자가 낯섦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감정적 완충지대가 있는가다.
이 지대가 없다면 방문은 일회성 경험에 그친다.
하지만 이 감정의 완충지대가 존재한다면 방문자는 다음 단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생활자’로의 전환이다.
생활자는 행정적 의미의 주민이 아니다.
그들은 일정 주기로 지역을 찾고, 익숙한 장소에 머물며,
주민들과의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지역 안에 자신만의 정서적 거점을 형성해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지역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살았던 감각이 있는 곳’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바로 이 감정의 흔적이 다시 돌아오게 만든다.
그렇다면 방문자가 생활자로 전환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핵심은 ‘경험의 총량’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화다.
예를 들어, 단순한 카페 방문이 아니라, 주인이 기억하는 한 마디 인사.
워크숍에 참여한 뒤 남겨진 손글씨 메모 한 장.
어떤 마을 주민이 건넨 계절 인사.
이런 감정적 요소들이 축적되면 방문자는 그곳에 있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얻는다.
또한, 감정은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정서적 밀도를 고려해야 한다.
방문자와의 상호작용 빈도, 주민의 참여 수준, 공간의 개방성, 관계의 유연성.
이 모든 요소들이 설계된 구조 안에서만 감정은 안전하게 작동하고 확장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은 마모되고, 관계는 피로해지며, 방문은 반복되지 않는다.
감정의 설계는 감성 콘텐츠와는 다르다.
감성 콘텐츠가 시각적, 정서적 자극에 초점을 둔다면
감정 설계는 ‘관계의 리듬’을 중심으로 방문자의 경험을 구성한다.
체험 프로그램 하나를 구성할 때도,
그 안에 참여자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이 있는가,
지역민과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프로그램 이후에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나 후속 관계 구조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진짜 감정 설계가 가능하다.
감정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지역이 방문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콘텐츠 기획자가 누구를 중심에 두는지,
운영자가 어떤 리듬으로 그 공간을 유지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이 오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가,
그들이 그 지역을 ‘나의 일부’로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기억이 다음 관계로 이어지는가이다.
마무리하며, 방문자는 쉽게 온다.
하지만 생활자는 감정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지금 지역이 기획해야 하는 것은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인가’다.
그 기억은 콘텐츠가 아니라 감정이 만든다.
그리고 감정은, 설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