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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으로 대피 중, 그런데 왜 ‘달러’는 빠졌을까?

노니_Noni 2025. 4. 2. 13:33

최근 금융시장에선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자 많은 투자자들이 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있는데요. 금, 엔화, 채권 등 전통적인 안전처에는 돈이 몰리고 있는데, 정작 그동안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렸던 ‘달러’는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돈이 몰리는 진짜 ‘안전자산’들

주식시장과 같은 위험자산의 가격이 출렁이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킵니다. 최근 가장 많이 주목받은 안전자산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금(Gold)

국제 금값은 3월 말 기준 온스당 3,16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금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금은 실물자산이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무관하게 자산가치를 보존해준다는 점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자산입니다.

2. 엔화(JPY)

엔화는 오래전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이 불안할 때 찾는 대표적인 피난처입니다. 일본이 비교적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안정성과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불황에 강한 통화'**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엔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 5% 가까이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3. 미국 국채

미국 국채, 특히 **장기 국채(10년물 이상)**는 글로벌 채권시장 내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자 수익은 낮지만, 국가 부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찾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띄게 증가했죠.

 

그런데 달러는 왜 빠졌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달러도 강세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해 1분기, 미국 달러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비 모두 하락했습니다. 과거에는 미 증시가 흔들리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핵심 이유는 ‘정치 리스크’

현재 달러 약세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과 관련된 정치적 불확실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미국의 ‘강달러’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국가들이 추진하는 ‘탈달러’ 전략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
“그들은 미국에 수출할 기회를 포기해야 하며, 다른 호구(sucker)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강압적인 통상 압박은 달러의 국제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브릭스의 ‘탈달러’ 가속화도 변수

브릭스 국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자국 통화 간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달러가 아닌 대체통화로 무역을 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 결제나 투자 유치를 위안화, 루블화 등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죠.

이번 달러 약세는 단기적인 환율 흐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어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상대적 위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서 당장 신용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통화이고, 미국 국채 시장은 글로벌 금융의 중추입니다.

하지만 다음 몇 달간 다음과 같은 변수가 달러 강세/약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미국 대선 결과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
  • 연준(Fed)의 금리 인하 여부
  • 중국·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들의 달러 회피 전략 속도
  • 미국 재정적자와 국가 신용등급 전망

마무리하며: ‘안전자산’이라는 말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금과 엔화, 국채는 돈이 몰리는데 왜 달러는 예외일까? 단순히 환율 문제라기보다는, ‘안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미국의 통화가 곧 세계의 안정성이었지만, 이제는 정치적 리스크와 글로벌 패권 경쟁이 그 안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금융 지형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