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로컬 콘텐츠가 플랫폼을 만나면

노니_Noni 2025. 4. 18. 08:30

 – 유통보다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로컬’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어느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
어느 시골에 자리한 카페,
누군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생활 공예품.
이제는 모두 플랫폼 위에서 ‘상품’처럼 흐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역의 맥락이 사라진 채, 콘텐츠만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컬의 이야기가 아니라,
로컬의 이미지가 유통되고 있는 시대.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배송보다 해석,
유통보다 큐레이션이다.

 

플랫폼은 유통을 하지만, 맥락은 유통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빠르다.
누구나 올릴 수 있고, 누구나 검색할 수 있으며,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왜 이 제품이 이 지역에서 나왔는가’라는 질문은 묻히기 쉽다.

  • 완주의 유기농 딸기는 제주 무농약 감귤 옆에서
  • 정선의 감자빵은 부산의 수제마카롱 사이에 놓인다

서로 다른 배경과 의미를 가진 로컬 상품들이
동일한 틀 안에서 비교되고 소비된다.


그 안에서 지역은 ‘이름’으로만 존재하고,
콘텐츠의 진짜 서사는 사라진다.

 

로컬 콘텐츠에는 해석이 필요하다

로컬은 단순히 ‘지방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삶의 문맥이 붙은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 상품은 ‘배송’ 이전에 ‘이해’되어야 한다.

유통은 선택을 유도하지만,
큐레이션은 관계를 만든다.

 

큐레이션은 단지 예쁘게 배열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콘텐츠의 출발점을 드러내고,
사용자에게 ‘이것을 왜 지금, 여기서 만나야 하는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시대의 로컬 콘텐츠가 가야 할 방향

로컬 콘텐츠의 본질이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관점이 필요하다.

  1. 지역의 시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서사 중심 큐레이션
  2. 생산자의 삶과 배경을 설명하는 이야기 콘텐츠 동반
  3. 플랫폼 내 기획전 또는 테마 전시 방식 도입
  4. 검색과 정렬이 아닌, 발견과 맥락 중심의 구조 설계

즉, 플랫폼에서의 로컬은 팔리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콘텐츠적 유통자’다

로컬 창작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마케터도, 셀러도 아닌 콘텐츠형 유통자다.

  • 유통자의 눈으로는 공급망을 보고
  • 기획자의 눈으로는 맥락을 짚고
  • 큐레이터의 시선으로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사람

이들이 플랫폼 안에서
로컬을 단순한 카테고리가 아닌
하나의 살아 있는 흐름으로 설계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로컬 콘텐츠는 단지 ‘지역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고집, 생활의 방식, 관계의 구조가 응축된 결과다.

 

그러므로 플랫폼은
그 로컬을 소비하는 창이 아니라,
함께 살아보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잘 팔리는 것보다,
잘 읽히는 로컬이 더 오래 남는다.

 

그 시작은,
유통이 아니라 큐레이션이다.

 

다음 편 예고:
Ep.07. 로컬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가 – 브랜딩 이전의 ‘관찰’이라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