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 살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하루
– 일과 삶의 경계에서
오전 7시.
문을 열고 나서면 바람의 온도로 계절을 짐작한다.
마을회관 앞을 지나며 어제 본 고추장이 아직도 그대로 말라 있는 걸 보고,
오가는 인사를 몇 번 나누면 어느새 하루가 시작된다.
누구는 이것을 ‘출근’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로컬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사는 사람에게
출근은 행위가 아니라 상태의 전환에 가깝다.
그들은 정해진 책상도, 명확한 업무시간도 없다.
대신 동네를 걷는 것이 취재고,
할머니와 나눈 대화가 원고가 되고,
자기 삶의 시간들이 곧 기획의 토대가 된다.
콘텐츠와 삶이 겹쳐지는 구조
로컬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기획자’와 ‘생활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일이다.
- 카페 한 켠에 앉아 글을 쓰다가,
- 이웃이 부르면 감자밭에 나갔다가,
- 오후엔 플리마켓 포스터를 붙이고,
- 저녁엔 오늘 본 풍경을 정리해 SNS에 올린다.
누군가 보기엔 ‘일이 산만한 삶’일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일과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패턴이라 말한다.
경계가 흐려질수록 필요한 것은 ‘감정의 균형’
일과 삶이 뒤섞인다는 건
때로는 아름답지만,
때로는 피로하게 만든다.
- 쉬는 시간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 관계 안에서 업무가 생기며,
- 업무처럼 보이지 않는 일들이 정작 가장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감정의 리듬을 회복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은
기획력이 아니라 정서적 회복력에서 온다.
살아가는 것이 곧 창작이 되는 삶
이들은 거창한 목표보다
‘하루를 잘 살기 위한 시도’에서 콘텐츠를 만든다.
- 동네 할머니를 위한 작은 책 만들기
- 마을 아이들의 그림으로 달력 제작
- 시장에 나가 사진을 찍고, 그걸 전시로 엮어보기
이 모든 것은
브랜딩이기보다
삶을 정리하는 방법에 가깝다.
그 속에서
자신도 자라고, 지역도 천천히 달라진다.
마무리하며
로컬에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효율적인 일처리보다 정직한 태도를 지켜가는 과정이다.
빠르게 결과를 내기보다
매일의 감정과 풍경을 곱게 관찰하는 일.
그것이 로컬 크리에이터의 진짜 힘이다.
이들에게 콘텐츠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발견하고, 기억하고, 나누는 일이다.
그 일은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간다.
다음 편 예고:
Ep.13. 로컬에서 일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 현실과 태도의 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