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남고 누가 사라지는가 –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조건

노니_Noni 2025. 5. 13. 14:00

 

지역은 구조다.


사람이 오고 가는 흐름,
공간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순환,
관계가 맺어지고 끊어지는 리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그리고 이 생태계는 단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반복되고,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적 구조다.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들어왔는가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남고, 누가 사라졌는가?”


이 질문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다.

 

많은 지역 사업이 ‘유입’만을 목표로 한다.
누군가를 데려오고, 공간을 채우고,
수치를 올리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다음 해에도 남아 있는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


기획은 프로젝트로 끝나고,
관계는 예산으로 끊기고,
기억은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진다.

 

그러나 지역을 진짜 변화시키는 힘은
‘남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그 구조는 수치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의 누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로컬 생태계는 ‘이탈률’보다 ‘잔존율’이 중요하다.
그 잔존은 주소지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살아남은 시간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1년을 살았지만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보다,
세 번 방문했지만 주민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오래 지역에 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을 남게 하는가?


첫째, 관계가 지속되는 구조다.
지역 프로젝트는 종종 일회성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관계는 반복과 리듬이 있어야 유지된다.

 

어디에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구조,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리고 그 연결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호.
이것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은 남지 않는다.

 

둘째, 자율성과 주체성이 허용되는 문화다.
많은 지역은 외부인을 ‘손님’으로 대하거나
‘참여자’로 수동적으로 설정한다.

 

그러나 진짜 남는 사람은,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주체적으로 발현할 수 있었던 사람이다.
자신이 기여할 수 있었던 순간,
자신의 말이 존중받았던 기억,
자신의 감각이 공간에 반영되었던 경험이
사람을 남게 한다.

 

셋째, 감정이 안전한 구조다.
지역은 작다.
그리고 그 작음은 때로 관계의 밀도를 높이지만,
때로는 피로도를 높이기도 한다.


그래서 로컬 생태계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전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실수해도 괜찮고,
다름이 용인되며,
관계의 거리를 조율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을 때,
사람은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다.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란,
계속 무언가를 유입하는 구조가 아니라,
이미 온 사람을 어떻게 남게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구조다.


그리고 이 구조는 물리적인 시스템보다
정서적 리듬, 관계의 설계,
사람이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틀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무리하며,
지역에서 남는 사람은
예산이 많은 곳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지원이 풍부한 사업 속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자신이 이곳에 있어도 괜찮다고 느꼈던 사람,
그리고 그 감정을 반복할 수 있었던 사람만이
끝내 남는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많은 기획을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아 있는가’로 증명된다.
그리고 남는 사람은
언제나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