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정주를 대체할 수 있는가 – 로컬 경험자라는 새로운 삶
지역에 사람이 줄고 있다.
학교가 폐교되고, 병원이 문을 닫고, 동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다.
행정은 긴급 대응에 나서고, 청년 유입 정책이 반복되며, 주거 지원과 창업 보조금이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은 정주 인구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채우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과연 정주만이 지역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법인가?
우리는 지금 지역을 ‘사는 곳’에서만 정의하려 한다.
주소지, 주민등록, 1년 이상 거주 조건, 가족 동반 여부 등
행정 기반의 거주 개념이 지역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이 구조를 벗어났다.
1년에 몇 번씩 다시 찾는 마을,
자신의 삶의 중요한 기억을 공유한 장소,
지속적인 관계와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정주하지 않아도 ‘사는 곳’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정주자와 관광자 사이의 제3의 삶, ‘로컬 경험자’에 대해 말해야 한다.
로컬 경험자는 단기 방문객도, 완전한 이주민도 아니다.
그들은 지역과 지속적인 정서적 접촉을 유지하며,
거주보다 관계를, 주소보다 감각을 기반으로
지역과 연결된 삶을 구성하는 사람들이다.
로컬 경험자는 지역에서 ‘살아본 사람’이다.
한 달 살기를 했던 디자이너,
계절마다 머무는 워케이션족,
매년 특정 마을 축제에 참여하는 문화기획자,
마을의 할머니와 편지를 주고받는 사진작가.
그들의 삶은 지역과 얽혀 있고,
지역은 그들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 관계는 비공식적이지만, 지역을 지속시키는 실질적 감정 인프라다.
정주 기반의 인구정책은 이 감정 인프라를 포착하지 못한다.
단지 외지인이 지역에 집을 사거나,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가족을 데리고 내려와야만
‘살고 있는 사람’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 구조에서는
정말로 지역을 사랑하는 수많은 비정주형 지역민이
정책의 대상에서 누락된다.
로컬 경험자는 지역의 생활 리듬을 공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정 계절에만 방문하지만,
그 지역의 날씨, 장터 시간, 주민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들은 길을 묻지 않고도 동선을 알며,
새로운 방문자에게는 마치 주민처럼 설명해준다.
이러한 사람들의 존재는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더 중요한
감정의 증식자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뀐다.
관광은 정주를 대체할 수 있는가?
보다 정확히 말하면,
로컬 경험자라는 존재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은 점점 ‘그렇다’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금 지역을 지속시키는 힘은
거주자의 숫자가 아니라
지역과 감정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반복이다.
그리고 이 반복은 정서적 체류 기반 위에 설계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관광자와 정주자 사이의 경계를 연결하는 ‘감정의 플랫폼’이다.
디지털관광주민증,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
외지인을 위한 커뮤니티 채널,
정기 참여형 팝업 클래스 같은 구조들이
정주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관광은 더 이상 소비의 언어가 아니다.
관광은 감정의 전환점이 될 수 있고,
체험은 관계의 출발선이 될 수 있으며,
살아보는 경험은 지역의 삶을 이어가는 중요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정주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이 지역을 진짜로 기억하고 있는가.
누가 이 지역의 리듬에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지금 지역이 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기획이다.